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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와 해외여행

33개월 아기와 함께하는 다카마쓰 여행 (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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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개월 아기와 함께하는 다카마쓰 여행 (3부)

 

친구의 제안: 강가 캠핑과 BBQ

여행 준비 단계에서 친구가 가고 싶은 곳과 가능성 있는 일정에 대해 물어봤지만, 아기가 갈 만한 장소가 아니거나 거리가 너무 멀어 힘들 것 같다는 이유로 대부분 포기했습니다. 그러자 친구가 강가에서 캠핑을 하며 바비큐를 해보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여름이 이렇게 극심하게 더울 줄은 몰랐지요......

 

가성비 좋은 호텔 조식

아침에 호텔 조식을 먹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근사했습니다. 꽤 오래된 호텔이지만 큰 다다미방에 대욕장도 있고, 조식 포함에도 가격이 굉장히 저렴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모든 숙소를 가성비 위주로 선택했는데, 제법 알찬 조식 덕분에 ‘내가 호텔을 잘 골랐다’는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아기몫까지 먹어야 해서 아침부터 배가 부릅니다..

 

https://maps.app.goo.gl/oqHi3tUJPsfiizgS9

 

松栄第二別館 · 3-12 Tojinmachi, Kochi, 780-0864 일본

★★★★☆ · 호텔

www.google.co.kr

 

 

고치현으로 이동, 친구의 사연

로비로 내려가 보니 이미 친구 가족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함께 차를 타고 이동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왜 도쿄에서 고치로 왔느냐”고 묻자, 친구는 예전에 아내와 함께 일본 전역을 여행했는데, 고치현 사람들이 인심도 좋고 공기도 맑으며 무엇보다 사케가 가장 맛있었다고 했습니다. 물이 좋아 사케도 맛있다는데, 사케 맛을 잘 모르니 아쉽기만 했습니다. 차창 밖으로는 푸른 숲과 초록빛 강줄기가 이어져 있어, 공기가 맑다는 말이 실감났습니다.

위험천만하지만 매력적인 다리

친구가 꼭 보여주고 싶은 곳이 있다며 한참을 운전해 도착한 곳은 난간이 없는 오래된 다리였습니다. 지역 명소라서인지 다리 끝에서 인증샷을 찍는 사람들이 보였고, 색색의 페라리 무리가 열 대나 눈에 띄었습니다. 친구도 저도 “고치에 이렇게 부자들이 많았느냐”며 신기해하며 구경했습니다. 잠시 다리를 둘러본 뒤 다시 차에 올라탔는데, 좁은 차 안에 성인 네 명과 아기까지 다섯 명이 모여 있으니, 아기도 지쳐하고 저도 갑갑함을 느꼈습니다.

보기보다 무서운 다리...

강가에서 맞이한 뜨거운 BBQ

결국 오랜 운전 끝에 예약해둔 BBQ 장소에 도착했습니다. 강가에 텐트를 치고 물놀이를 하는 가족들이 많았는데, 이글이글한 더위 속에서 아기는 이미 짜증이 폭발 직전이었습니다. 얕은 강물이라도 발을 담그게 해주려 했지만 아기가 기겁해 되돌아왔습니다. 주변 일본 사람들은 아기를 귀여워하며 웃었지만, 저는 속이 타들어 갔습니다. “이 여름 땡볕에 BBQ라니…”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아기도 울고 나도 울고

 

바비큐 장비를 설치하고 고기를 굽기 시작했지만, 더위와 불기운이 합쳐져 어지러울 지경이었습니다. 아기도 오죽했을까 싶었습니다. 게다가 이 상황을 전혀 힘들어하지 않는 듯한 친구 가족을 보니 더욱 당황스러웠습니다. 평소에는 아기가 있어 술을 자제하지만, 더위를 견디기 어려워 맥주를 벌컥벌컥 마셨습니다. 그래도 고기는 맛있었는지 아기가 조금씩 먹어주어 다행이었습니다. 아이스크림으로 달래놓은 뒤, 결국 숙소로 돌아와 씻고 잠시 쉰 뒤에 다시 만나기로 했습니다.

뜨거운 태양 아래 따뜻한 고기... 이마에서 눈물이 흐른다..

저녁 시간: 타다키와 사케의 향연

약속한 시간에 맞춰 친구네와 재회해, ‘타다키(가쓰오의 겉만 살짝 구운 요리)’로 유명한 술집에 갔습니다. 친구는 사케를 종류별로 시켜서 맛보게 했는데, 맛이 조금씩 다른 건 알겠지만 어느 게 더 좋은 사케인지는 역시 판별하기 어려웠습니다. 개인적으로 타다키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는데, 고치현의 ‘볏짚 불’로 구워내는 진짜 타다키는 확실히 달랐습니다. “지금까지 먹었던 타다키는 가짜였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지요. 밥을 먹고 싶었지만... 술을 ‘밥처럼’ 마시는 친구네와 함께하니 정신이 혼미해져옵니다.

타다키는 정말 최고!
지금은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 각각의 특별한 맛을 가진 사케들..

아쉬운 이별, 그리고 다음 기약

이번에 헤어지면 또 한참 못 볼 거라는 생각에, 취기가 오른 저와 친구는 울먹이며 서로의 눈물을 닦았습니다. 고치현 공항은 국내선 위주이고, 유일하게 대만과 국제선이 연결되어 있다길래 “다음에는 대만에서 만나자”고 기약했습니다. 예전부터 “일본어를 공부해야지”라고 다짐만 해왔는데, 이번만큼은 꼭 공부해서 다음 만남 때는 일본어로 대화해보고 싶습니다.


이렇게 무더운 여름의 여정은 생각보다 훨씬 힘들었지만, 친구와 함께하는 시간만큼은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다음 만남까지 서로 건강하기를 기원하며 3일째 밤을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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